[유럽] 런던 여행 5일차 :: 저질체력이 불러온 참사



런던 여행 5일차 아침, 런던 주변 근교 여행을 하는 날이다.

우리는 세븐시스터즈를 갈까, 옥스퍼드를 갈까, 생각하다가 날씨가 그닥 좋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옥스퍼드행을 택하기로 했다.


기차를 타는 곳을 둘러보다가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을 발견,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돈을 줘야 한다니...


우리는 밖으로 나가서 이 주변에 있는 옥스퍼드행 버스를 탑승하는 곳을 찾기로 했다.


근데 밖은 공사를 하고 있었고, 사람들도 많이 다니고 있었고, 길도 구불구불. 

심지어 유심칩을 구매 안해서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어디서 타야하나 계속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았다.


그 주변을 5바퀴쯤 돌았을까. 드디어 버스 타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기사님에게 왕복표를 사고, 옥스퍼드행 버스에 탑승했다.


*옥스퍼드행 버스 왕복 티켓 - 1인당 14파운드.



이건 대체 어디서 찍은 사진인지 모르겠는데 아마 옥스퍼드에 도착했을 때쯤 찍은 사진인 것 같다.


아! 우리가 탄 버스안에는 와이파이가 정말 빵빵했다. 어디서도 이렇게 와이파이가 잘되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버스 안에서 이렇게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니. 그래서 그때 연락하지 못한 가족들에게

카톡으로 전화도 하고 메시지도 날리고 연락을 하면서 갔다. 





이미 점심을 훌쩍 넘긴 시간이라 (오후 3시 정도였다.) 우리는 옥스퍼드 근처 카페에 가서

2종류의 빵을 사먹었는데, 하나는 잘 기억이 안나고 하나는 양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였다.




비주얼은 이런 모습이었다. 아마 하나 더 시킨게 햄 치즈 계열인 것 같다.


*옥스퍼드 근처 카페 빵 2개 - 5.65파운드





저 옆에 빵도 같이 잘 찍었어야 했는데 거지 같이 찍었다. 아마 오른쪽이 양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였을 거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옥스퍼드 안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대학교가 엄청 큰 것을 발견하고 여유롭게 걷고 있었다.

여름이라 그런지 파릇파릇한 자연과 대학교치고는 상당히 고풍스러운건물이 잘 어울렸다.

그렇게 걷다 보니 날씨가 오전보다는 훨씬 좋아져 쨍쨍- 덥기 시작했다.





여기를 다 걸어다니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적당히 쉬면서 이곳 저곳 둘러보았다.

이곳은 안으로는 들어갈 순 없다고 해서 아쉬웠는데 밖에서 찍은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그 공간을 느낄 수 있었다.




문제는 이곳을 구경하고 나서부터 시작했다. 이때쯤이 한 오후 5시쯤 됐었다.


슬슬 배가 아팠다. 처음에는 단순한 배 아픔인 줄 알았다.  근데 이상하게 아픔이 더 심해졌다.

그리고 나는 여기를 지나 탄식의 다리 앞에서 정말 너무 배가 아픈 것을 느꼈다.

딱- 동생이 탄식의 다리 앞에서 사진 한장 찍어달라고 요청했을 때 걸어다니지 못할 정도로 풀썩 주저 앉았다.


아.... 이 아픔은 옛날에 요로결석에 걸렸을 때의 배아픔과 똑같았다.

식은땀이 흐르고, 정신도 멍해지고, 몸이 차가워지면서, 배는 진짜 바닥을 굴러갈 정도로 엄~청 아팠다.

당장 이곳을 빠져나가 병원을 가야할 것 같았다. 나는 나가자마자 앞에 있는 식당에 무작정 들어갔다.

거의 울먹이는 상태로 들어가서 한 말은



-죄송한데, 주변에 병원이 있나요? 였다.



직원 한분이 엄청 당황을 하셨다. 근데, 그럴만도 하다. 갑자기 동양인이 울먹거리면서 들어와 다짜고짜 병원을 찾으니.


-응급차 불러줄까? 아니면 택시?


이 순간 대답을 드렸어야 했는데, 배가 너무 아파 울먹이고만 있었다. 그랬더니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으로 택시를 보여주는 거다.

그래서 yes한 기억이 있다.  정말 감사하게도 택시가 오기전까지 빈테이블을 선뜻 내주시더니 물 한잔을 가득 채워서 건네주셨다.

잠시 기다렸더니 택시가 왔고, 식당에 땡큐 ㅠㅠ 땡큐!! 이러면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택시에 탔다.

택시 아저씨는 


-혹시 있다 택시 잡으려면 여기로 콜해, 하면서 명함을 주셨고

-너는 일반 병원이 아니라 응급실에 가야될 것 같아. 하면서 응급실 앞에 내려주셨다.



-



응급실에 도착한 나는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요로결석과 맞먹는 배아픔에 가만히 있지도 못했고, 

심지어 진료를 받기 위해 써야할 종이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동행하던 동생이 누군가에게 아이패드를 빌려와 작성을 해줬고,

나는 그 사이 오바이트를 2번이나 했다. 응급실 대기를 하던 사람들이 모두 나를 주목해 보고 있었지만 그 시선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타지에서 고통의 시간을 한 40분,50분? 기다렸을까. 드디어 의사선생님을 보러 갈 수 있었다.



-어디가 아파서 왔나요?

-배가..아파서요 ㅠㅠ

-어떻게 아픈데요?

-.....



아 도저히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각종 바디랭귀지는 다 동원됐고, 이 아픔이 요로결석이랑 비슷하다는 것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러자 나는 휠체어를 타고, 누울 수 있는 병실로 이동.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이후 나는 한숨을 자게 되었고, 선생님께서 몇 분 후 들어오셨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워타좀 먹었나요?



워타? 워타가 뭐지?워타... 여긴 영국.. 아 설마 워러? 물!!!


-아 네네.

-지금은 어때요? 배는 좀 괜찮아 졌나요?

-네. 괜찮아졌어요.

-그럼 일어나서 대기실에 가셔도 괜찮아요. 여기 대기실에 앉아서 검사한 거 보고 가세요.

-네.




그렇게 대기실에서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데 왠 영국 경찰 두분과 함께 다리 부분에 피를 흘리는 누가봐도 어려보이는 10대가 같이 들어왔다.

더불어 우리 옆옆에 술취한 영국아저씨까지.

무서워서 자리를 옮겨 앉곤했다. 그렇게 검사 결과가 나왔고 나는 선생님에게 달려가


-근데... 혹시 계산은 어디서...?

-계산 안하셔도 되요. 무료에요.

-네에?????? 오!! 감사합니다!!



 사실 나는 이 병원에 오고나서부터 얼마가 나올까 궁금했다.  최소 몇십은 나오겠지...더 나올라나.... 영국 물가는 비싸니까 거기다 나는 외국인이고.

아 망했다. 이생각을 몇번 했었다. 그리고 아프면서 또 하나 생각한 건. 이러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겠지? 내가 유럽을 어떻게 왔는데....ㅠㅠ

나중에 검색해 알게된 사실은 영국 응급실의 요금은 무료였다는 것.


▲ 집에 찾아보니 있는 병원 접수 후 받은 태그 (이것도 추억이라고 잘 챙겨옴.. ㅋㅋ)


검사결과도 정상이고, 몸은 시간이 지나니 다시 괜찮아졌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런던행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을 찾았다.

이 주변에 버스가 다녀서 근처 어딘가에 버스 정류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아무리 찾아봐도 타는 곳이 어디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 바로 옆을 지나가는 여자분을 붙잡았다.



-죄송한데, 버스 정류장이 어디있나요?

-여기 위로 올라가서, 왼쪽으로 좀 걷고, 오른쪽으로 조금 더 이동하다보면 있는데,

아! 알아들었어요? 다시 한번 말해줄게요. 메모켜서 적어놔요.

-아 네네!

-자, 다시 여기 위로 쭉 올라가서....~

-감사합니다.

-오 근데 혹시 어디서 왔어요?

-한국이요.

-오~ 강남 스타일~~~?

-오! 아세요?! ㅎㅎ



그러고는 강남스타일 춤을 살짝 보여주시곤 잘 찾아가라며 격려를 다시 한번 해주셨다. 

강남스타일이 정말 해외에서도 유명하구나를 알 수 있었던 에피소드였다.



▲ 내가 방문했던 옥스퍼드 병원이다.


우리는 그렇게 이쪽 저쪽 다녔지만, 결국 버스 정류장을 못찾았고 아까 봤던 경찰분이 나와계셔서 콜택시를 요청했다.

그리고 도착한 택시에 탑승.

왠 택시가 이렇게 생겼지? 여기 택시가 비싸다고는 들었는데, 거의 SUV급 차가 택시라니.

택시 맞겠지? 하면서 우리는 아까 내렸던 버스 정류장으로 가주세요. 했고, 차가 움직였다.

몇 분동안의 정적 끝에 운전기사님이 말을 건넸다.


-어디서 왔어요?

-한국이요.

-오..! 지성..박?! 지성 박!?!!

-아! 네네 알아요!ㅋㅋ


박지성 선수가 유명하다고 잘한다고 칭찬을 하셨고, 우리는 신기해서 귀를 쫑긋 세웠다.



-나중에 옥스퍼드 또 오세요. 런던보다는 작지만 볼거리가 많아요.

-네. 감사합니다.

-런던행 버스 티켓은 있어요? 없으면 저~기 가서 사면 되요.

-아. 있어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버스에 하차했고, 아까 산 왕복권으로 런던행 버스에 탑승.

분명 한 길어봤자 15분 정도 택시 탄 것 같은데, 택시비만 거의 3만원이 넘었다. 영국 택시 너무 비싸!


런던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새벽 12:00가 넘은 상황. 다음날이 되었다.  이렇게 늦게까지 돌아다니지 않아서 너무 무서웠다.

우리는 버스가 24시 한다는 걸 알기에 버스 정류장을 찾으러 돌아다녔지만 보이지는 않았고,

길을 헤멜수록 저 멀리 무리지어오는 사람들과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모두가 무서웠다.


그렇게 길을 물어 물어 한국인도 만날 수 있었는데 어제 도착하여 잘 모른다는 말과 함께 버스 정류장이 어디있지 자세히 둘러본 결과

우리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을 찾을 수 있었다. 





버스가 오기까지 어플로 확인해보니 10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런던의 길거리. 그렇게 5분쯤 기다렸을까.



-헤이. 너희 시간 있니?



갑자기 어떤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다가왔고 본능적으로 이상한 사람인걸 안 우리는 대꾸를 해주지 않았다.

그랬더니 오토바이를 다시 운전해서 갈길을 가더라. 근데 갑자기 돌아와서는 뭐라고 샬라샬라.

이때가 가장 무서웠다. 해코지당할까봐. 못알아들었지만 대충 느낌이 욕을하고 간 느낌.


무시하고 버스에 탑승, 2층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내리는 곳이 종점이어서 눈을 감고 가고 있었는데 다 도착할 무렵

어떤 덩치 큰 분이 올라와 뭐라고 말을 건네셨다.

아까 무서운 사람을 만나서 우리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냅다 하차해서 숙소까지 엄청 뛰었다.

아마 그분은 여기가 종점이니 내려야 할 것같다고 얘기해 주려고 올라온것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런던 5일차는 끝났다.


정리하자면

근교에 가서 아팠던 것이 이 날의 가장 큰 문제였고 그러다 보니 동행했던 동생이 진짜 고생했다는 것에 너무 미안했고

내가 왜 아팠는지, 병명이 뭔지, 뭐 안맞았던 음식이 있었는지, 아직도 그거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못한 5일차였다. ㅋㅋ


내 생각에는

3끼를 다 챙겨먹지 못했고, 먹었어도 적게 먹었다는 것 + 갑자기 하루에 걷는 량이 엄청 많아진 것 + 쉬지 못함 + 환경이 바뀜이

내가 배아팠던 것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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